당신에게:

어디선가 살아 숨쉬고 있어 지금 이 글을 읽고 있을 당신에게:

당신, 안녕? 새벽에 갑자기 당신 생각이 아주 많이 나 자려고 누웠다가 참지 못하고 이불을 박차고 일어나 이렇게 글을 써요.

당신은 내가 누구인지 알 수도 있고 모를 수도 있어요. 나 역시 당신을 개인적으로 알 수도, 모를 수도 있겠죠. 우리는 길가에서 서로를 스쳐 지나갔었을 수도 있고, 함께 수업을 들었을 수도, 아니면 이미 오랫동안 알던 사이일 수도 있어요. 한번도 마주치지 않았던 사이일 가능성도 물론 있고요. 당신은 내가 스파게티를 김치와 먹는 걸 좋아한다는 자그마한 사실을 알 수도, 모를 수도 있죠. 추운 날이면 어디에 있던지 다른 사람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제자리 뜀뛰기를 해 몸을 덥히는 나를 보며 민망해 했을 수도 있고, 우리는 어설픈 우쿠렐레 반주에 맞춰 함께 노래를 불러본 적이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어요. 내가 꽃을 좋아해서 늘 꽃을 꺾으면 안된다고 말하면서도 예쁜 꽃을 보면 매번 그것을 꺾는 사람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당신이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어요. 어쩌면 나는 당신이 제일 좋아하는 꽃 이름을 알 수도 있겠네요. 당신이 자주 가는 맛집이나 당신의 흔한 잠버릇도 알 수도 있고요. 하지만 설령 그런 것들을 모른다고 해도 괜찮아요. 당신이 나에 대한 시시콜콜한 디테일들을 얼마나 많이 아는지, 또 내가 당신과 얼마나 많은 시간을 보냈는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아요. 왜냐하면 지금 우리가 어떤 관계이던 간에 그건 별로 상관없기 때문이죠.

물론 우리가 서로에게 어떤 존재인지를 알고 우리의 관계가 사회적 틀 안에 꼭 맞는 안정적인 정의를 가지고 있으면 좋긴 하겠죠. 예를 들면 친구라던가, 제자라던가 그런거 말이에요. 그건 우리가 언젠가 만났었고 우리 사이에 어떤 형식의 소통이 적어도 한번쯤은 있었다는 뜻일테니까요. 하지만 난 이것보다– 사회가 정의해주는 견실한 관계의 네임밸류나 명분, 우리가 공식적으로 만날 수 있는 사이인지에 대한 여부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고 믿어요. 내가 진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당신이 헤아려줄 수 있다면 참 좋을 것 같아요. 나는요, 당신이 누구던 내가 이 새벽에 곤히 잠들지 않고 당신 생각을 많이 했다는 거, 당신을 위하는 내 마음이 너무 커서 이 마음 가지고 어떻게 해야할 지 잘 모르겠는, 그래서 이리 뒤척 저리 뒤척이는 모습을 당신이 알았으면 해요. 아니, 이 그림에서 나는 빠져도 좋으니 그냥 이 지구 어딘가에서 누군가가 당신을 위로하고 싶어하고, 당신이 웃었으면 좋겠고, 온전히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열망을 너무 강하게 느껴서 이 새벽에 쩔쩔매고 있다는 것만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만약 미래에 내게 주어질 행복과 사랑의 분량이 정해져 있다면 그걸 당신에게– 당신이 누구던, 과거에 어떤 삶을 살았고 현재는 어떤 삶을 살고 있던– 몽땅 주어 당신 안에 생명과 사랑이 가득 차고 넘치게 하고 싶어요. 그래서 당신이 최고로 온전한 삶을 살았으면 좋겠어요. 만약 당신이 그런 삶을 누릴 수만 있게 된다면, 나는 내 삶에서 많은 것들을 당신에게 양보하겠어요. 만약 내가 양보해서 될 일이라면 진짜 그렇게 할거에요, 난.

이 못말리는, 그리고 때로는 감당할 수 없을 것만 같은, 진심을 당신은 마음 속에 그릴 수 있을까요? 이해가 안될 수도 있어요. 이해가 안되겠죠, 당연히. 어떻게 얼굴도, 이름도, 어쩌면 존재도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 자신의 행복을 양보할 수 있냐고 반문할지도 몰라요. 친구면 친구고 가족이면 가족에 대해서 생각하는거지, 어떻게 불특정 다수를 향한 마음을 가질 수 있냐고 의심의 눈초리를 보낼 수도 있겠네요. 그런데 말이에요, 나는 이런 질문들에 대해서 이게 사랑이라는 것밖에는 할 말이 없어요. 달리 이 마음을 논리적으로 설명할 방도가 없어요. 다만 내가 너무나도 큰 사랑을 받았고 그 사랑을 통해 죽어가던 내가 살아난 경험이 있어서, 나는 그저 내가 받은 사랑을 그대로 나누어 주고 그렇게 흘려보낸 사랑이 내게 그랬듯 또 흘러가는 그곳에 생명력을 불어 넣어주길 바랄 뿐이에요. 내가 당신을 알던 모르던 당신은 나와 똑같이 인생에 대해 고민을 하고, 방황을 하며, 삶의 어려움을 맞닥뜨릴 때 힘들어하는 사람일테니까. 그런 나와 같은 당신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손해 볼거에요. 진부하게 들리지만 본질은 결코 진부하지 않은 진실, 곧 당신의 외모와 성격, 능력에 상관없이 당신의 존재만으로 당신은 존귀하고 사랑받아 마땅하다는 사실을 실천하려고 노력할 거에요. 당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품고, 아껴주고, 오래 참고, 아무것도 바라지 않을게요. 그리고 이렇게 나와 같은 당신’들’이 많은 세상에서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든 것인 것 마냥 대할게요. 이러한 맥락에서 어쩌면 이 새벽녘에 당신을 위하는 마음이 너무나도 커 혼자서 어쩔 줄 몰라하는 것은 그다지 이상한 일이 아닐지도 모르겠군요.

언제부터인지 이런 기도를 하기 시작했어요. 나를 만나는 모든 사람들이 나보다 더 복 받은 사람들이 될 수 있게 해달라고. 내가 축복의 통로로써 주위 사람들에게 복을 마구마구 흘려보내 그들이 내가 받았던 것들을 배로 받고, 내가 누렸던 행복을 배로 누려 나보다 훨씬 더 창대한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고. 그저 나와 같은 시공간에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사람들이 복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그것이 신호등 건너편에 이어폰을 끼고 아무 생각이 없는듯 먼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아저씨가 됬던, 지하철에서 줄곧 핸드폰만 바라보고 있는 이쁘장한 언니가 됬던. 주말마다 캠퍼스에 놀러오는 축구부도, 젊음이 가득한 신촌거리에서 폐지를 줍고 리어카를 끄시는 할머니도, 빨간 입술 화장을 한, 성깔 좀 있게 생긴 학생도. 모두 다 생명을 누렸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기왕이면 나를 통해서 그 생명을 누렸으면 좋겠어요. 물론 아직 내가 많이 부족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은 여전히 사랑이기에.

당신,

힘들 때마다 꼭 기억해줬으면 좋겠어요.

당신이 누구던

나, 정말 당신을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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