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마지막

또 하나의 마지막이 지나갔다. 늘 그렇듯 이번 마지막도 기분이 묘하다. 어김없이 죽음에 대해서 생각했다. 삶이 피부에 닿도록 생생하고 따뜻하고 동시에 언제든 부서질 것만 같은 약한 풀처럼 느껴졌다. 끝에 다다랐다는 생각에 개운하기도 했지만 그것보다 더 섭섭함이 컸다. 정말 우연찮게 잡았던 기회가 세렌디피디(serendipity)가 될 줄이야. 이토록 좋은 사람들하고 함께 하면서, 성장하고, 실수하고, 배울 수 있었음에 참 많이 진심으로 감사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이 사람들과는 여기까지라니, 하는 진한 아쉬움이 남는다. 책상을 어지러이 덮고 있는 짐을 정리하면서 이제껏 하루에 12시간씩 보냈었던 이 자리를 떠난다는 생각에 설렘과 슬픔과 절망감이 동시에 밀려왔다. 일하는 기간동안 나와 거의 매순간을 붙어다니며 함께 했던 능구렁이 같은 친구도, 어쩌면 여태껏 만났던 사람들 중에서 가장 잘 통하는 사수언니도, 귀요미에다가 반전 매력까지 팡팡 터지는 석사언니도, 성격이 둥글둥글해서 언제나 스스럼 없이 대할 수 있는 박사언니도, 이 모두와 부대끼며 일할 수 있는 게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정말 나답지 않게 우울해졌었다. 다시는 보지 못할 사람들이 아니라는 것도 알고 진짜 마지막이 아니라는 것도 머리로는 알지만 마음 또한 알았다, 이게 진짜 마지막이라는 걸. 나의 삶의 한 자락이 여기서 매듭지어지고 이 사람들을 나중에 본다고 하더라도 지금과 같지 않을 것이라는 걸.

하지만 내 길이 아닌 여기에 언제까지고 머무를 수는 없었다. 그래서 다시 한 번 하나님의 솜씨에 감탄할 수밖에 없다. 어쩜 이리도 완벽할까. 타이밍도, 클로져도, 정도도 모두 완벽했다. 나는 이 곳에 왔었어야 할 때 왔고 가야할 때에 떠났다. 적어도 지금 내가 보기에는 그렇다. 완벽한 적당함으로 경험을 쌓았고 거기에다가 덤으로 스펙을 쌓았으며 덤이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소중한 사람들을 얻었다. 난 여태까지 한번도 완벽을 추구한 적이 없었는데 내 삶은 모든 것이 완벽했다. 한 치의 오차도 없고, 한 가닥의 흩뜨림도 없이 정확하고 치밀하게 모든 것이 이루어지는 듯한 느낌이다. 이 모든 것이 미리 계획되어 있었고 이 계획은 이루어질 것이 분명하다.

그러므로 나는 나의 미래를 생각할 때에 내 개인적인 욕심이나 이익을 추구하기에 급급한 태도를 취하는 것보단 당장 하나님을 신뢰하는 연습을 할 것이다. 내 미래는 어디까지나 그 분의 계획의 한 부분일 뿐이고, 하나님은 당신의 뜻을 꼭 이루시는 분이니까. 나의 미래를 위해 준비하고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야 하는 건 맞지만 그것보다 더 우선시되야 하는 건 나의 삶의 중심이 모든 것의 근원이 되시는 하나님을 알아가는 것이다. 그 분의 관심이 지금 어디에 쏠려있고 그 분이 무얼 원하시고 있으며 어떤 것을 귀하게 여기시는 지를 알아야겠다. 인생에서 진짜 중요한 본질이 무엇인지를 간파하고 생명이 나는 근원을 더 힘써 좇아야겠다. 곧 내일 죽어서 하나님을 만나더라도 나름 자신있게 나는 하나님 생각하면서 살았다고 말할 수 있는 삶을 살아야겠다.

Advertisements

Leave a Reply

Fill in your details below or click an icon to log in:

WordPress.com Log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WordPress.com account. Log Out / Change )

Twitter picture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Twitter account. Log Out / Change )

Facebook phot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Facebook account. Log Out / Change )

Google+ phot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Google+ account. Log Out / Change )

Connecting to %s